약 20 여년전 자신의 결혼식에
절친한 친구가 오지 않아서 기다리고 있는데
아기를 등에 업은 친구의 아내가 나의 결혼식에 대신 참석하였고
눈물을 글썽이면서 축의금 13,000원과 편지1통을 건네 주었다.
친구가 보낸 편지에는.....
"친구야! 자네 결혼식에는 나 대신 아내가 간다.
가난한 내 아내의 눈동자에 내 모습도 함께 담아 보낸다.
하루를 벌어야지 하루를 먹고 사는 리어카 사과장사가
이 좋은 날 너와 함께 할수 없음을 용서해다오.
친구야! 내가 오늘 사과를 팔지 않으면
우리 아기가 오늘밤에 분유를 굶어야 한다.
어제는 아침부터 밤12시까지 사과를 팔았다.
온종일 추위와 싸운뒤 번돈이 13,000원이다.
하지만 슬프지 않다.
나 지금 눈물을 글썽이며 이 글을 쓰고 있지만
자네의 결혼 소식에 마음만은 너무 기쁘다.
개 밥그릇에 떠있는 별이
돈보다 더 아름다운 거라고 울먹이었던
네 얼굴이 가슴을 파고 들었다.
아내 손에 사과 한봉지를 들려 보낸다.
지난밤 노란 백열등 아래서 제일로 예쁜 놈들만 골라냈다.
신혼여행가서 먹어라.
친구야!
이 좋은날 너와 함께 할 수 없음을 마음 아파 해다오.
나는 언제나 너와 함께 있다."
- 너의 친구가 -
나는 겸연쩍게 웃으며 사과 하나를 꺼냈다.
씻지도 않은 사과를 나는 우적우적 먹어댔다.
왜 자꾸만 눈물이 나오는 것일까....
다 떨어진 신발을 신은 친구 아내가 마음 아파 할텐데..
멀리서도 나를 보고 있을 친구가 가슴아파 할까봐
나는 이를 사려 물었다.
하지만 참아도 참아도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참으면 참을수록 더 큰 소리로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어깨를 출렁이며 울어 버렸다.
사람들 오가는 예식장 로비 한가운데 서서 그렇게...
친구야! 술 한잔하자
우리들의 주머니 형편대로 포장마차면 어떻고 시장 좌판이면 어떠냐?
마주보며 높이든 술잔만으로도 우린 족한걸...
목청 돋우며 얼굴 벌겋게 쏟아내는 동서고금의 진리부터
솔깃하며 은근하게 내려놓는 음담패설까지도 한잔술에는 좋은 안주인걸...
자네가 어려울 때 큰 도움이 되지 못해 마음 아프고...
부끄러워도 오히려 웃는 자네 모습에 마음 놓이고...
내 손을 꼭 잡으며 고맙다고 말할 땐 뭉클한 이 가슴.
우리 열심히 살아보자.
찾으면 곁에 있는 변치않는 너의 우정이 있어
이렇게 부딪치는 술잔은 맑은소리를 내며 반기는데...
친구야!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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